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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벌론

형벌은 복수와 어떻게 다른가

복수의 충동과 형벌의 제도적 한계를 구별하기 위한 예비 노트.

작성일
2026년 5월 18일
연재
연재: 형벌과 사회

복수는 상처의 기억에서 출발한다.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이 부당한 해를 입었을 때, 인간은 그 고통이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처럼 지나가기를 견디기 어렵다. 그래서 복수의 감정은 인간에게 낯선 것이 아니다. 오히려 그것은 상실과 모욕을 경험한 사람이 자신의 존엄을 붙잡으려는 원초적인 반응일 수 있다.

형벌도 이 기억을 완전히 외면하지 않는다. 형벌이 피해를 입은 사람의 고통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면, 법은 지나치게 차갑고 추상적인 제도가 될 것이다. 그러나 형벌은 복수와 같은 길을 걷지 않는다. 형벌은 개인의 손에 있는 응답을 국가의 절차 안으로 옮겨 놓고, 그 과정에서 반드시 책임과 비례의 원칙을 통과하게 한다.

복수는 대개 “당한 만큼 돌려주고 싶다”는 마음에 가깝다. 형벌은 먼저 묻는다. 그 행위가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가. 행위자는 어느 정도의 책임능력과 고의를 가졌는가. 사회는 어떤 한계를 넘지 않는 방식으로 응답할 수 있는가. 이 질문들이 빠지면 형벌은 복수와 구별되기 어렵다.

우리가 형벌을 제도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. 제도는 감정을 없애지 않는다. 다만 감정이 곧 권력이 되지 않도록 붙잡아 둔다. 형벌이 복수보다 나은 것이라면, 그것은 더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더 많이 자제하기 때문이다. 오늘의 형사법은 그 자제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는가.